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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탈퇴는 독립선언"…UAE, 사우디 중동질서에 도전

최고관리자 0 4 04.29 05:49

핵옵션급 결단…오랜 갈등 끝 이란전쟁으로 임계점

미국 밀착해 독자행보…사우디 주도 기구 줄이탈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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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GCC 긴급회의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식 중동 질서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양국의 해묵은 갈등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봉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진단 속에 역내 영향력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UAE가 OPEC을 탈퇴하기로 한 결정은 국제유가를 사실상 지배하며 중동 질서를 주도해온 사우디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읽히는 면이 있다. 

UAE는 증산을 통한 시장 안정을 탈퇴의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우디가 실질적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을 보면 정치적 함의가 가볍지 않다. 

사우디는 OPEC의 결정을 주도해 석유 가격을 움직임으로써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UAE이 이번 결단은 이를 저해하는 어깃장이다. 

OPEC이 사우디 주도로 향후 원유 생산을 감축하더라도 UAE가 생산을 늘리면 그만큼 가격 조정 효과는 반감된다. 반면 UAE의 시장 영향력은 확대된다. 

특히 UAE는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 긴급회의가 열리는 중에 아무 사전 협의도 없이 탈퇴 방침을 갑자기 발표했다. 

아랍권의 맹주로서 중동에 큰 영향을 행사하며 이날 회의를 주재한 사우디 입장에서는 앞마당에서 허를 찔린 셈이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선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UAE의 독립 선언"이라고까지 진단했다. 

디완 연구원은 "UAE는 더 이상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기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UAE는 사우디에 대한 존중으로 수년간 OPEC에 남아 있었지만 이번 탈퇴 소식에서 그들이 더는 사우디의 리더십을 굴종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UAE와 사우디는 세계 시장에 대한 원유공급 전략을 두고 오랜 기간 대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원유를 생산해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우디는 공급을 통제해 고유가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뒀다. 

석유 카르텔에서 빠지겠다는 선언과 함께 UAE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는 공급에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전쟁 이전 하루 340만 배럴 규모였던 원유 생산량을 2027년까지 하루 500만 배럴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OPEC의 결속력은 점점 더 약화하는 반면 글로벌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UAE의 지위는 더욱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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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두바이 항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UAE의 독자 행보는 걸프 지역 내부의 동맹에서 벗어나 글로벌 파워인 미국에 밀착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많다. 

정치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강력한 보호막을 확보해 실익을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국면에서 사실상 각자도생 현실에 발목이 잡힌 걸프 지역 협력체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에서 2천200여 차례에 달하는 미사일·드론 공격에 노출된 UAE는 사우디와 카타르 등에 공동 대응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걸프 지역 차원의 실질적 협력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실질적 위협을 느낀 UAE가 미국에 기댄 독자 행보를 선택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UAE가 GCC, 아랍연맹, 이슬람협력기구(OIC) 등 역내 주요 다자기구에서 추가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전날 GCC 회의를 앞두고 "이번 전쟁에서 GCC의 입지는 역사상 가장 취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걸프 국가들의 연대가 국방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며 역내 이웃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가르가시 고문은 이어 "오늘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며 "미국의 역할은 단순히 군사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방어 체계와 정치적 지원, 경제 및 재정적 관여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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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 걸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이번 OPEC 탈퇴는 UAE가 사우디에 맞서 독자적인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UAE는 이미 2조 달러(약 2천958조원) 규모 국부 펀드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이란을 대리해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파키스탄을 겨냥해 보유외환 5분의 1에 해당하는 35억 달러 규모의 예치금을 전격 회수한 것이 그 사례다.

이는 파키스탄이 UAE가 원하는 이란 규탄 전선에 서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유지한 데 대한 정치적, 외교적 보복이었다. 

이에 사우디는 즉각 파키스탄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UAE와의 역내 주도권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UAE와 사우디의 갈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는 내전 중인 예멘과 수단에서 각각 다른 세력을 지지하고 있으며, 급기야 작년 12월에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UAE산 무기 운송 차량을 폭격하고 UAE를 '국가안보 위협' 세력이라 비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양국의 이 같은 갈등에는 해묵은 지역감정과 자존심 문제도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GCC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스스로 걸프 지역의 '맏형'으로 여기는데, UAE는 이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왕실을 대변하는 한 논평가는 작년에 UAE를 '반항적인 어린 동생'이라고 지칭해 UAE의 거센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사실상 독립을 선언했다는 외부의 분석에 대해 UAE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다.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인프라부 장관은 NYT 인터뷰에서 "(OPEC 탈퇴는) 특정 산유국과는 무관한 결정"이라며 "사우디와 UAE는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함께 하는 형제 국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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