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고 상원서 인준..첫 한인여성 연방 항소법원 판사

연방 상원은 13일 루시 고 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제9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인준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50대 45로 통과시켰다. 사진은 고 지명자가 지난 10월 6일 워싱턴DC 소재 연방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는 모습. <로이터>
미국에서 첫 한인 여성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탄생했다.
연방 상원은 13일 루시 고(53·한국명 고혜란) 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제9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인준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50대 45로 통과시켰다.
2010년 한국계 최초로 미 연방지법 판사 자리에 오른 고 판사는 지난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방 항소법원 판사 지명을 받았다. 제9연방 항소법원은 캘리포니아·워싱턴·네바다 등 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대형 법원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6년 초 고 판사를 제9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낙점했지만, 당시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인준이 표류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동안 사법부 구성의 다양성을 강조해 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에 앞서 “이민자의 딸이라는 고 판사의 배경은 ‘아메리칸드림’의 고무적 증거”라고 평가했고, 앨릭스 파딜랴 상원의원도 “아메리칸드림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고 판사도 지난 10월 인준 청문회에서 “사법부 내 다양성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 법관이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의 재확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허·영업비밀·상법 전문가인 고 판사는 2014년 마무리된 삼성과 애플간 특허 침해 소송 1심을 주관했고 지난해에는 인구조사를 조기에 마감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고 판사는 워싱턴 DC에서 1968년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아버지 고재곤 씨는 워싱턴한인회장에 출마한 적도 있으며 어머니 탁은숙 씨는 서울대 화학과를 마치고 메릴랜드대에서 영양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농무부 인간영양연구소 연구원,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고 판사는 이 부부의 3남매 중 막내로 남편은 마리아노-플로렌티노 쿠엘라 전 캘리포니아주 대법관이다.
한국계 첫 미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2004년 작고한 허버트 최(한국명 최영조)로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제9연방 항소법원 판사에 낙점했다.
2019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버지니아 출신의 마이클 박 변호사가 연방 제2 순회항소법원 판사에 인준됐으며 연방 제9 순회 항소법원 판사에 케네스 이 변호사가 인준되는 등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연방법원은 94개의 지방법원과 12개의 항소법원 그리고 대법원으로 구성되는데 항소법원은 한국의 대법원 역할을 한다.